인권센터

인권의식 강화를 통해 안전하고
상호 존중하는 학내 분위기 조성합니다!

알림마당

자유게시판

2019 구타·단체기합·성폭력…“학생선수 합숙소는 인권침해 온상”
등록일
2020-06-12
작성자
인권센터
조회수
141

너무 힘듭니다. 합숙은 해선 안 됩니다. 전 조만간 고등학교로 진학하지만 제 후배들은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코치감독들의 비리, 폭력은 아직도 있으며 제가 생각했던 야구부의 환상을 깨뜨렸습니다. 전 선배에게 폭력을 당하였고 지금 후배들에겐 덜하고 사이가 좋지만 숙소생활을 할 시에는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것이고, 구타가 있을 겁니다. 제가 합숙을 하면서 사건·사고가 터지는 건 당연하고 그중에 심한 일, 절도, 폭력 등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야구부 남학생)

“1학년 때는 점호할 때 바닥에 앉아서 받았어요. 옷 장문 다 열어놓고요. 저희는 바지는 옷걸이에 걸고 상의는 접어 놔야 하고요. 수건, 속옷 접는 법도 다 따로 있어요. 웃기죠? 일반 학교 기숙사 생활하는 친구들이 ‘너희는 군대냐, 감옥에 사냐’라는 말을 해요(체육고 육상부 여학생).”

초중고 학생 선수들이 머무는 합숙소에서 성폭력과 단체기합, 구타 등 인권침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권위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6개 학교운동부 합숙소(중학교 3곳·고등학교 13곳)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합숙소는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먼저, 합숙소의 물리적 환경이 학생들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인권위가 조사한 합숙소 16곳 중 4곳은 한 방에 10명 이상 학생들이 밀집해 생활하고 있었으며, 6곳은 7인 이상이 숙소를 함께 쓰고 있었다. 또 조사 대상 중 절반인 8곳이 별도의 휴게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한 고등학교 축구부의 경우 한 방에서 8명이 2층 침대 4개로 합숙하고 있었는데, 건물이 오래되고 외풍이 심하고, 난방대책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한 중학교의 경우 침실이 과거 내무반과 유사한 구조로 돼 있었다. 

합숙생활에서는 과도한 생활수칙, 휴대전화 사용제한, 외출제한, 삭발 강요, 선배들의 빨래 강요 등 일상적인 인권침해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일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저녁 귀가 시까지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이성 교제 적발 시 삭발하며, 하루 4번 일원 보고를 하고, 의류를 각 잡아 개고, 관등성명을 외치는 등 ‘병영적 통제’와 규율로 인권침해가 여전히 심각했다. 또한 조사대상 16개 학교 가운에 시시티브이(CCTV)가 설치된 합숙소는 14곳이었다. 인권위는 “적정한 주거공간에서 삶의 질을 누리면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아동·청소년이 생활하는 공간이라 할 수 없는 곳”이라며 “학생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운동 기계로만 다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폭력으로 인한 피해도 드러났다. 인권위가 학생 선수 기숙사에서 성폭력을 포함한 4건의 폭력 사건을 확인해 조사한 결과 합숙소 내 상습 구타와 단체기합, 성희롱 및 신체폭력 등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 학생 선수는 중학교 때 코치로부터 개인적 만남과 음주를 강요받다가 고등학생이 된 후 성폭행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등 2차 피해로부터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점도 확인됐다. 

합숙소는 학생 선수들의 안전도 위협했다. 체육 중고를 제외한 전국 학생 선수 기숙사 380개 중 80개 기숙사에는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고, 인권위가 직접 조사한 곳 기숙사 16곳 중 5곳은 스프링클러, 비상구, 대피로가 모두 없었다. 스프링클러가 있다고 보고한 뒤 노즐을 모두 제거해 사용이 안 되는 등 화재 방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지도자들의 실내 흡연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오는 24일 ‘학생 선수 기숙사 실태조사 결과보고 토론회’를 열고 조사 결과와 함께 △인권 친화적 기숙사로의 전면 개편 △학교체육진흥법 등 관련 법령 개정 △교육 당국의 감독 강화 등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